입춘기도
불가에서는 전통적으로 입춘 날을 맞아 한 해 동안의 가내 평안과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법회를 봉행하여 왔습니다. 이는 입춘이 한해를 시작한다는 민속적인 의미를 가진 절기이기 때문입니다. 봉원사에서는 이러한 전통적인 민속의 날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의미에서 매년 입춘을 맞아 삼재 액막이와, 가내 평안,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기도와 법회를 봉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입춘을 계기로 기존에 주로 배부되던 부적 대신 여법하게 입춘다라니를 제작 판매하며, 이에 따른 수익금 전액은 불우이웃을 비롯한 사회복지 기금으로 조성됩니다.
삼재란 사람의 운이 각 3년씩 12년을 주기로 바뀌어 인생에 아주 좋은 운과 아주 나쁜 운이 12년을 주기로 한 번씩 오게 되는 것을 말하며, 각 개인이 이 시기에 접어드는 것을 흔히들 삼재(三災)라 합니다. 9년 주기로 들어온 이 삼재는 3년 동안 머무르게 되는데, 그 첫 해가 들삼재, 둘째 해가 눌삼재, 셋째 해가 날삼재가 되어 그 재난의 정도가 점점 희박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해인 들삼재를 매우 겁내고 조심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 대책을 살펴보면 첫째가 매사를 조심하는 방법이요, 두 번째는 부적(符籍)이나 양법(良法)을 행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방편 또한 중생심에서 비롯한 우리네 중생들의 단련되지 않은 분별심으로 나약하고 의지하는 마음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진정한 방편인 부처님의 말씀을 찾으며, 정진하는 것이야 말로 옳은 삼재 소멸이 될 것입니다.
출가재일(출가에서 열반까지)
음력으로 2월8일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참된 삶의 가치를 구하고자 출가하신 출가재일이며 음력 2월15일은 위없는 깨달음을 중생에게 보이시고 설하신 후 입적하신 열반재일입니다.
봉원사에서는 이 기간을 정진주간으로 정하여 일 만배 정진, 보살계 수계식, 유교경 강좌, 헌다 헌화공양 등을 열어왔습니다. 마음의 부처를 보라는 주제로 시작한 1만 배를 통하여 진실된 자기 자신 내면 속에 숨어 있는 부처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동안거(화엄산림)
안거기도는 출가한 스님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수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원래 인도에서는 우중에 수행자들이 돌아다니며 수행을 하다 폭우를 만나 피해를 입거나 초목과 벌레들을 살상하는 사태가 많았으므로, 이 시기에는 아예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만 몰두하던 데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추운 북쪽으로 불교가 전래되면서 겨울에 수행하던 스님들이 추위로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게 되어 중국, 우리나라 등의 북쪽에서는 여름철 외에 겨울철에도 안거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출가수행자 뿐만 아니라 재가불자들도 생활 속에서 수행하는 자세를 갖추고 자리이타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동참하는 것입니다.
백중기도
음력 7월 보름은 우란분절(백중)입니다.
이 날은 목련존자가 지옥에 빠져 고통 받는 어머니를 위해 덕이 수승한 스님들께 공양 올려 그 법력으로 해탈의 문으로 들어가게 하신 날로, 미혹에 사로잡혀 거꾸로 매달린 듯 고통 받으며 악도를 헤매는 수많은 중생들을 해탈시키는 날입니다.
우란분절을 기려 저희 봉원사에서는 지극한 믿음으로 효도를 실천하고자 살아 계신 부모님과 돌아가신 7대 조상·친족 및 유자령(流子靈:유산된 태아의 영혼)영가의 천도재를 올리고 있습니다. 즉 부모의 공덕과 삼보의 공덕을 기리며 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면서 그 위신력을 빌어 중생이 지은 악업의 무거움을 구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란분절 천도재는 출가자의 수행 공덕과 보시자의 공양 공덕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어떤 악업의 중생도 구제될 수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한 전통 의식인 것입니다.
수능기도
해마다 양력11월이면 다음 학년도 대학입시 수학능력 평가고사가 있습니다. 향학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학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학업성취의 기원은 매우 높습니다.
봉원사에서는 매년 8월 수학능력고사 100일을 앞두고 학업원만성취 백일 관음기도를 봉행합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고통으로부터의 해탈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고통의 종류가 몸과 마음의 고통만이 아니라 제도, 즉 사회적 억압에 의한 것도 늘어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은 그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는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입학시험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불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불·보살의 가피력이 함께 하고, 부모를 비롯한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신행을 통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자 100일간의 기도를 봉행합니다.
백일간의 관음기도를 통하여 시험으로부터 찾아오는 중압감을 물리치고, 평상시의 마음을 가지게 해줄 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기에 많은 불자들이 불, 보살의 가피로 마장을 극복하고 뛰어난 능력을 얻기 위해서 기도에 동참합니다.
단순히 시험합격이라는 한 가지 원이 아니라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의 삶까지 바른 삶으로 비롯될 수 있도록 백일간의 관음기도를 통하여 사랑스러운 자녀들의 마음에 심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동참하시어 관음보살의 대자비심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칠석기도
불교의 가르침 가운데 애별리고(愛別離苦)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것과 이별하는 고통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별은 아픔을 동반하고 오며, 이별하지 않고 살아갈 수만 있어도 인생은 행복할 것입니다. 이별은 언제나 아픔을 주며, 견우와 직녀의 이별과 만남이라는 전설 속에서 우리네 삶의 아픔을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칠석은 도교(道敎)의 북두칠성을 모시는 것을 불교적으로 수용한 것이란 견해가 있지만, 제갈공명이 수명의 연장을 위해 등을 밝히고 칠일기도를 했다는 삼국지의 서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두칠성은 수명의 연장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불교에서 민초들의 아픔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에서 수용하였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유래야 어찌되었건 간에 칠석은 불교에 들어와서 불교의 행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도 헤어져있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현재는 국토가 분단되어 있으니 이산가족이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져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칠석은 일 년에 한 번 만남을 성사시키는 날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사찰의 행사가 오작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입니다.
동지기도
2월22일은 절기로 동지입니다.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을 말하는데 이는 동시에 해가 점점 길어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둠의 끝에서 밝음으로 시작하는 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고조선 때의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바탕으로 송나라 주희(朱熹)는 1년 365일의 흐름을 계산한 99원수도(九九圓數圖)라는 척력을 만들었는데, 여기에서도 동지는 마침과 동시에 시작을 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지날에는 달력을 만들어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또한 동지는 전 날 죽었던 태양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는 첫날로 하심, 평등, 화합의 의미를 갖는 날입니다. 그런 뜻에서 귀신을 쫓는다는 붉음의 상징인 팥으로 죽을 쑤어서 먹는 것입니다.
첫날부터 정갈한 마음으로 돌아가겠다는 상징적인 표현이 생활문화 속에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