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꼬리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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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난~자연인 댓글 0건 조회 4,920회 작성일 70-01-01 09:33본문
노랑 꼬리 연
-황학주
노랑꼬리 달린 연을 안고
기차로 퇴근을 한다. 그것은 흘러내린 별이었던 것 같다.
때론 발등 근처에 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은 손을 내밀 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니까
길에 떨어진 거친 숨소리가 깜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아물면서도 가고 덧나면서도 가는 밤에 우리는 부끄러웠을라나
그런 밤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할지
네게 물어도 될 것 같았다.
도착하고 있거나 잠시 후에 발차하는
기차에 같이 있고 싶었다.
내 퇴근은 날마다 멀고 살이 아파
노랑 꼬리 연이 필요했던 것이고
어디에 있든 너를 지나칠 수 없는 기차로 갔던 것 같다.
너의 말 한마디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댓살이 내 가슴에도 생겼다.
꼬리를 자르면서라도 사랑은 네게 가야 했으니까
그것은 막막한 입맞춤 위를 기어오르는 별이었던 것 같다.
내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운명은
오래 오래 기억하다 해발 가장 높은 추전역 같은 데 내려주어야 한다.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안 좋은 시절
바람 속으로 또다시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
네게로 가는 별, 댓살 하나에 온 몸 의지한
노랑꼬리 연 하나 바람 위로 떠오른다.
황학주
1954년 전남 광주출생. 우석대학교 대학원 졸업.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 피스렌드 대표. 1987년 시집 ‘사람’으로 등단. 시집으로 ‘저녁의 연인들’ ‘상처학교’ ‘루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