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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넓히는 기도 (봉원사보 87호 중에서 김월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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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169회 작성일 70-01-0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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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에는 초파일이 있는 달이어서 전국 각지의 사찰들은 연등행사 등에 바쁜 기간이기도 합니다. 최근엔 초파일 행사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외국인들도 동참하는 경우가 많아 불교에 대한 인식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불자들이 한층 신심을 내어 불사에도 참여하고, '나도 부처님 같이!'라고 다짐하며 기도 정진을 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불자들은 간절한 소원이 있을 때는 3일, 7일, 21일, 백일기도 등을 합니다. 그 기간에는 음식과 처신을 조심하며 용맹정진 합니다. 그런데 즉각 기도의 공덕을 입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분도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바로 '마음 자세' 때문입니다. 한 처사님이 간절한 소원이 있어서, 동네 산 기슭의 암자에서 백일기도를 시작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일념으로 기도를 해야 효험이 있으니 '묵언(默言)'을 지키라고 지도해 주셨습니다. 가장이기에 집에 왔따갔다 해야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양해를 얻어 '묵언 수행'에협조를 받도록하되, 정 필요한 경우엔 메모지에 북을 써서 필담으로 대화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처사님을 스님의 가르침을 잘 따랐고, 가족과 동네 사람들도 잘 협조해 주어서 기도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드디어 백일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집안 볼 일이 있어 마을로 내려가는데 마을 입구 큰 느티나무 아래에 이상한 광경이 눈이 띠었습니다. 젊은 남녀가 부등켜 안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해가 벌겋게 뜬 시점에 대로변에서 대체 무슨 짓거리 입니까? 하지만 묵언하며 기도하는 중이었기에 말은 못하고, 발자국 소리를 쿵쿵 내면서 두 남녀가 떨어지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둘은 떨어지기는 커녕, 아예 쪽쪽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뽀뽀를 해대는게 아닙니까? 아무리 기도 중이지만, 워낙 망칙 스러원 "에이, 짐승만도 못한것들!" 욕을 하곤 지나갔습니다. 다시 절에 돌아와 백일기도 회향을 한 후 쉬고 있었지만, 기분이 영 찜찜했습니다.
그때 아침에 보았던 마을 청년이 찾아 왔습니다. 처사님은 '흠, 이놈이 소문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러 찾아왔구나!' 여기며 괘씸하고 노여운 표정으로 청년을 노려 보았습니다. 그러나 청년의 입에서 나오는 사연은 뜻밖이었습니다. 청년이 일하러 마을 동구 밖을 나서는데, 왠 젊은 처자가 느티나무에 목을 매달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이미 몸이 축 늘어져 있었고, 서둘러 목의 줄을 풀고 인공호흡을 한참 해주고 있는데 아저씨(처사)가 지나갔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처사님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싶은 탄식을 하였습니다. '내 마음이 얼마나 지저분하길래, 사람 살리는 행위를 음탕한 행동으로 보았겠는가? 과연 내가 백일기도를 제대로 한 것인가? 이러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무슨 소원이 성취되겠는가?' 하며 뼈저리게 참회를 하였다 합니다.
그래서 백일기도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지난번엔 날자만 채웠찌, 사실은 헛기도에 머문 점을 깊이 반성했습니다.
'나도 부처님 같이!' 되려고 정진한게 아니라, 자기 욕심 채워 달라고만 기도한 잘못을 참회하며 정진하였습니다.
내 마음이 부처님같이, 보살같은 심정이 되어야 진정으로 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용맹정진하여 마침내 가피력을 입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대자대비하시어 차별없이 모든 중생에게, 아낌없이 무량한 복을 내려 주십니다. 하지만 내 마음 그릇이 간장 종지만 하면, 그 크기 이상의 복은 받을 수가 없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나만 잘되게 해달라는 기도 대신, 이웃과 모든 중생도 잘되게끔 바라는 기도여야 무량대복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다?
그러므로 내 마음 그릇을 계속 키워나가 마침내 부처님 마음, 즉 불심(佛心)그 자체가 되는 정진을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도 부처님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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