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영산재 정기시연 특집 법문 > 스님말씀

호국불교의 원류, 인류화합의 길을 기원하는 영산재 - 영산재보존회 회장 겸 전수교육조교 일운스님
 
올해도 여김없이 영산재의 계절 6월이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영산재는 봉원사에서 수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선조사 스님의 목소리로 구전되어어온 우리 불교문화의 최고의 산물입니다. 천년의 혼이 살아 숨쉬는 봉원사의 영산재 정기시연은 그 자체로만으로도 한국불교의 큰 축제입니다. 더욱이 중요무형문화재를 넘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불교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한국의 유수한 문화들과 함께 세계적 문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불교계만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적 외교로서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한국불교의 전통 종단인 태고종과 태고종의 총 본산인 봉원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한 중생구제와 민족문화 창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영산재의 전승은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영산재는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도 영취산(靈鷲山)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하실 때의 모습을 재현한 불교의식입니다. 영산재의 궁극적 의의는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불법(佛法)의 진리 안에서 하나가 되어 영원한 복락을 누리는 데 있으며, 우리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에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을 위로하는 현충일에 봉원사에서 올리는 영산재야말로 민족혼을 가장 뜻 깊게 기리는 행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법화경은 미망에서 벗어나 고통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고도 안락한 삶을 살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산재는 전쟁과 다툼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 그리고 도통이 없이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구현하고자 하는 그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영산재의 정신은 봉원사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살아있는 정신입니다.
 
과거 고려시대 이후 선조사 스님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가르침으로 전승되어온 영산재가 개화기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 그리고 6.25 동란 등의 어려운 시대를 고스란히 관통해 오면서도 그 정신을 잃지 않았던 것은 우리 민족의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불교의 전승과 불교문화에 대한 필연적 애착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가장 큰 과제로 삼았던 정신이었습니다.
 
이에 영산재 보존회는 사명감을 가지고 선조사 스님들의 노고와 후학으로서의 당연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강조하자면 영산재는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우리 민족의 문화임을 자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영산재 보존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영산재의 전승과 보존에 막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끼며 앞으로 우리 민족문화와 불교문화의 접목지점을 더욱 세세하게 연구하여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세계인과 같이 호흡하는 영산재가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 부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또한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움과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이번 영산재 정기시연은 세월호 참사자들과 국가를 위해 순국하신 선열과 선대조상을 기리는 장이 될 것입니다. 2009년 9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불교문화 의식에 다 같이 동참하시어 어느 해보다도 더욱 뜻 깊은 영산재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