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8년 갑오년 봉원사 주지 및 영산재 보존회장 일운 스님 신년사 > 스님말씀

희망찬 갑오(甲午)년 새해를 맞이하여 봉원사 사부대중과 불자님들 가정에 불은이 충만하고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늘 함께하길 기원하며 바라는 모든 소원이 원만하게 성취되기를 바랍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갑니다.
지난 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고 다양한 삶 속에 더욱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그렇듯 우리는 많은 시련을 견디며 극복하지만, 매번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항상 나와 내 가족의 무사함을 기원하지만, 또 다른 타인도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나와 타인의 이익과 안위가 충돌하며 갈등이 생겨나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러한 개인의 이익들이 생산되고 그 생산들이 맞부딪히며 집단의 이익과 분열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개인의 욕망들이 부딪혀 갈등이 생긴다며, 서로 간에 작은 이익을 양보하며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단체와 단체가 맞부딪히면 이야기는 크게 확대되고 갈등의 골도 깊어집니다.

‘삼라만상 모두가 하나의 생명체’이타적 마음이 곧 깨달음의 세계
 
지난 한해 정치가 그러했고, 종교가 그러했으며, 각종 이익 단체들이 그러했습니다. 특히 각각의 실체에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마음을 두고 있음으로 해서 국민들의 마음도 크게 둘로 갈라졌던 한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의 의식 차원을 초월한 부처님은 탄생부터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이는 오직 하늘과 땅을 의지해서 만물이 지속적으로 생장케하는 생명체 자체가 가장 존귀하다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간의 의식이 발달하더라고 이 생명체보다 존귀한 것은 없습니다. 바로 이 생명체가 만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하며, 세상의 온갖 관념을 만들고 파괴합니다. 실제로 우리의 마음 밖에 절대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그것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바로 마음이 모든 것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진리를 깨닫는 종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부처의 세계로 가는 것입니까? 바로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는 것입니다.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이 존귀하듯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 만물 모두가 존귀함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한 생각이 큰 줄기를 타고 한 사람의 관념을 지배한다면, 서로 장애가 되어 다투던 망상이 소멸되고, 이 우주 전체가 나의 집이 되며, 모든 중생이 나와 동일한 하나 즉, 가족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안심입명(安心立命)이며, 참 자기를 실현하게 되는 시작점이 됩니다.

개인의 갈등과 증오가 사라지고 나와 타인의 대립이 끊어지며‘상락아정(常樂我淨)’의 열반이 실현되어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뿐만 아니라 언제나 우리들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매년 새해가 되면 여러 불자님들에게 한 결 같이 바라는 것 또한 바로 이러한 마음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우주를, 우리의 세계와 국가, 그리고 우리의 이웃과 가족을 평온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하나의 공동체라는 생각을 지닐 때 불국토가 세워지며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