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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을 마무리 하며... - 태고종 24대 총무원장 인공 스님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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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원사 댓글 0건 조회 2,844회 작성일 13-09-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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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지키고 내려옴에 불은(佛恩)과 시은(施恩)에 깊은 감사"
 
"혼란했던 시기에 종단의 총무원장으로서 종단 살림을 맡아 보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다사다난한 일들도 참 많이 겪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소납을 이해해주시고 힘을 보태 주신 종도여러분의 염려가 있었기에 대과(大過) 없어 원만히 소임을 마치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이 불은(佛恩)이요 종도여러분의 시은(施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귀의삼보하옵고,
전국 종도 여러분의 법체청안하심을 불보살님 전에 기원 올립니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무덥고 힘든 계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6월 하순부터 시작된 더위는 8월에 절정에 달해 전국에 걸쳐 연일 폭염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20년 만에 최고의 열대야를 기록하는 등 온 나라가 그야말로 찌는 것 같은 무더위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높고 푸른 하늘에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을 맞고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무더위를 금새 잊고 맙니다.
 
문득 붓을 들고 보니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
청산원부동 백운자거래 (淸山元不動 白雲自去來)
 
"청산은 본래 움직이지 않는데, 흰 구름만이 오고 가네." 즉 우리의 본래 성품은 본디 부동하여 그 자취가 태산과 같으나, 인연 따라 일어나는 애증과 희비가 구름처럼 오고간다는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혼란했던 시기에 종단의 총무원장으로서 종단 살림을 맡아 보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다사다난한 일들고 참 많이 겪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소납을 이해해 주시고 힘을 보태주신 종도여러분의 염려가 있었기에 대과(大過) 없이 원만히 소임을 마치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은 불은(佛恩)이요 종도여러분의 시은(施恩)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속담에 '용(龍) 그리기 쉽고, 소(牛) 그리기 어렵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용은 본 사람이 없으니 아무렇게 그려놔도 시비하는 이가 드문 반면, 소는 누구나 잘 아는 동물이니 잘 그려도 옳은 대접을 받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곧 비근(卑近)하고 평범한 일 일수록 제대로 해내기 힘들다 라는 말인데, 아무리 고쳐 생각해 보이도 소납은 총무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용도, 소도 제대로 그리지 못한 채 종도 여러분의 근심만 늘려놓은 것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에 한숨과 미련이 가득합니다.
 
 그동안 나름대로는 종단을 원만하게 이끌기 위해 애를 썼다지만 종단의 부채문제 등 큰 현안 등에 치우치다 보니 피부에 와 닿는 종도의 고충과 불편을 좀 더 세심하게 챙기지 못하였음을 늘 송구스럽게 생각해왔습니다.
 
  오늘에애 지면을 빌어 종도 여러분께 묻어왔던 말씀들을 늘어놓고 나니 한편으로는 한결 시름이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종도여러분의 배려와 넓은 이해하심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주마등 같이 스치는 회고 속에서 부족하나마 종도의 공복(公僕)으로 부종수교(扶宗樹敎)에 보탬이 되었다는 기억이 있다면 재임기간 중 우리나라 불교문화 예술의 백미(白眉)로 손꼽히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 50호 영산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일입니다. 그동안 영산재보존회는 영산재의 문화적 가치가 국제사회에 새롭게 조명될 수 있도록 매년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고, 아울러 세계 각국에서 수백여회의 영산재를 시연하여 영산재에 대한 문화적 역량을 축적해왔습니다. 지난 영산재의 세계무형문화유산 지정은 한국불교문화의 우수성과 보존가치를 세계 속에서 한 계단 높이 성장시켰고, 문화강국의 국가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2012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세계 선진 7개국과 유럽연합(EU)의장국 그리고 신흥시장 12개국 등 세계 주요국이 회원으로 있는 국제기구 G-20의 서울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2012 영산재'를 성공리에 봉행하여 국가 위상을 높이고 영산재의 전승보존과 세계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이제 영산재는 우리만의 문화가 아닌 세계인이 찾는 인류의 문화가 된 것입니다.
 
 한가지를 더 들자면 우리 불교ㅖ의 오랜 법난과 분규의 상징처럼 비추어졌던 신촌 봉원사의 소유권 분쟁이 종식된 일입니다. 이는 그동안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양대 종단인 조계종과의 뿌리 깊은 갈등을 해소하고 이제 화해와 협력의 길을 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도 양 종단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던 불신과 대립을 버리고 상호 존중을 통한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내린 바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몇몇 사찰의 소유권 분쟁이 마무리 되어 우리 불교계의 오랜 숙원이자 염원인 통합과 상생의 시대가 열리고 우리 사회와 불교계의 대고종조의 원융회통 사상이 높이 선양되기를 기대합니다.
 
  어느덧 붓을 들고 지난 일을 회상하다 보니 괜스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팔고(八苦)가 생각납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그렇다 치더라도 원증회고(怨憎會苦)애 애별리고(哀別離苦) 또한 인생사인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혹여 그동안 소납의 부덕한 소치가 있다면 종도여러분의 너그러운 혜량(惠諒)하심을 구합니다.
 
  간밤에는 금풍(金風)이 나뭇잎을 흔들더니 오늘은 모처럼 촉촉한 비가 내립니다. 마음은 늘 봄날인데 계절은 돌아보면 어느새 가을 서리가 가득합니다.
 
  그 동안 부족하나마 종단의 살림을 맡아오며 이렇듯 자리를 지키고 내려옴에 다시 한 번 삼보님의 불은(佛恩)과 종도여러분의 시은(施恩)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전도양양하고 새롭게 발전하는 종단의 미래와 종도여러분의 앞날에 부처님의 가피가 늘 가득하시기를 축원 올립니다.
 

한국불교태고종 제24대 총무원장 인공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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