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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재가는 한낱 외형, "모든 생활이 수행의 모습.. - 이석천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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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원사 댓글 0건 조회 2,876회 작성일 13-09-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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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이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앵무라는 바라문이 볼 일이 있어 왕사성의 어느 거사 집에 가서 기숙하고 있었다. 앵무 바라문은 그 거사에게 "때때로 찾어뵙고 존경하며 가르침을 받을만한 스승'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했다. 거사는 서슴없이 부처님을 천거했다. 이에 앵무 바라문은 부처님이 게신 죽림정사로 찾아가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여쭈었다. 
 
 "도를 닦으려면 집에 있으면서 하는 것이 좋습니까? 집을 나와서 하는 것이 좋습니까?"
 "나는 도를 닦는 사람이 집에 있느냐 혹은 집을 나오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집에 있거ㅓ나 나오거나에 관계없이 삿된 행(邪行)을 하면 나는 그를 칭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삿된 행을 하는 사람은 바른 지혜를 얻디 못하며 법다움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 있거나 나오거나에 관계없이 바른 행(正行)을 하면 나는 그를 칭찬한다. 왜나하면 바른 행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바른 지혜를 얻으며 법다움을 알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큰 공덕과 이익을 얻으려면 집에 있는 것이 좋습니까, 집을 나와서 하는 것이 좋습니까?
"그것은 일정하지 않다. 집에 있는 사람으로서 큰 재앙이 있고 다툼이 있으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동을 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하고 공덕이 없다. 또 집을 나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작은 재앙이 있고 다툼이 있으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동을 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하고 공덕이 없다. 그러나 집에 있는 사람으로서 큰 재앙이 있고 다툼이 있으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실천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공덕이 있다. 또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이 작은 재앙이 있고 다툼이 있으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실천하면 과보를 얻고 큰 공덕으로 얻는다. 이것은 진실이며 허망한 말이 아니다."
 
- 중아함 38권 152경 <앵무경(鸚鵡經)>
 
출가생활이란 가정과 가족을 떠나 수행에 전념하기 위한 최상의 선택이다. 부처님도 수행을 위해 출가를 했고, 수 많은 제자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출가수행을 결행하자 부처님은 한때 외도들로부터 '과부들의 눈물'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출가수행자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서 남편을 잃은 과부들의 눈물도 늘어난 데서 생긴 일이었다. 특히 산자야의 제자 사리불과 목건련이 250명의 추종자와 함께 개종을 하자 외도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캄바라라는 외도를 막기 위해 마나기라는 여제자를 거짓으로 임신시켜 부처님을 모함하는 음모를 꾸미기도 했다. 이런 일이 있자 나중에는 출가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가급적 부모와 가족의 동의를 받도록 권하기 까지 했다. 출가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일종의 교육책이었다.
 
 이 경전은 바로 그 무렵에 설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점은 여기서 부처님은 결코 '출가지상주의'를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이 가르친 해탈이란 올바른 방법으로 수행하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가라는 형식이 아니라 누가 더 진실하게 수행하느냐 하는 내용에 있다.
 
 실제로 <증일아함경> 3권 청신사품에는 우바새로 법을 증득한 사람이 40명이나 거명되고 있다. 우바이도 30명이나 된다. 이는 진리(法)의 증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를 말해주는 증거들이기도 한다.
 
 진정한 출가, 또는 해탈은 반드시 외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머리 삭발하고, 회색 가사를 입어야만 반드시 출가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출가란 무엇인가? 곧 발심하는 것 즉,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리심이란 무엇인가. 곧 진리를 찾으려는 열렬한 구도심인 것이다. 이것은 성불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다. 발심 수행하는 것이 곧 출가하는 참 뜻이며 해탈로 가는 첫걸음인 것이다. 출가, 재가를 형식으로 구분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고집하면 이것은 부처님의 속뜻과 어긋나는 것이다. 출가, 재가 이것은 스스로 선택하는 문제이고 삶의 방식의 문제다.
 
 출가자를 스스로 선택한 이상, 엄격한 출가자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 재가자 또한 스스로 선택한 이상, 엄격한 재가자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서 출가 재가는 서로 돕고 공경하면서 수레의 양 바퀴처럼 부처님의 법륜을 끌고 갈 것이다.
 
 뒷날 중국의 야보(冶父)라는 사람은 출가라는 제도적 형식주의 보다는 진실한 마음을 중시하는 내면적 실천수행을 극단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금강경>에 붙이는 착어(着語=간단한 메모)에 이런 말을 남겼다.
 
  바른 사람이 삿된 법을 말하면 (正人說邪法)
  삿된 법도 다 바른 법이 되지만 (邪法悉歸正)
  삿된 사람이 바른 법을 말하면 (邪人說正法)
  바른 법도 삿된 법이 되고만다 (正法悉歸邪)
 
 얼핏 들으면 너무 한다 싶은 주장 같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들어 있다. 바른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바른 일을 하기 위해서 하지만, 사기꾼은 바른 말을 해도 사기를 치기 위해서 바른 말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고, 내용 중에도 속뜻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형식이나 신분이 아니라 내용이고 실력이다. 어떤 분야에서도 신분이 실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직 실력이 신분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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