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의 껍데기에 집착을 버리고, 마음 속 보물을 지키자 - 박연허스님 > 스님말씀

본문 바로가기
스님말씀

육신의 껍데기에 집착을 버리고, 마음 속 보물을 지키자 - 박연허스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봉원사 댓글 0건 조회 3,084회 작성일 13-03-07 10:09

본문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떠나면서 하인에게 일렀다.
"내가 없는 동안 문단속을 잘해라. 그리고 나귀가 도망가지 않도록 고삐를 묶어두어야 한다."
 
주인이 떠난 뒤 마침
그 하인은 마을에서 벌어진 광대놀이를 구경가기위해 문고리애 나귀 고삐를 묶어놓은 다음 '이만하면 되겠지."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하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도둑이 들어와 값진 패물을 모조리 훔쳐 달아나 버렸다.
주인이 돌아와 집안에 도둑이 든 것을 알고 하인을 불러 크게 꾸짖었다.
 
"내가 그토록 당부했건만 왜 집을 지키지 않았느냐?"
그러나 하인은 도리어 이상하다는 듯이 주인에게 다시 물었다.
 
"주인님께서는 저에게 문단속 잘하고 나귀가 달아나지 못하게 고삐를 단단히 묶어 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외에는 지시한 것이 없지 않습니까?"
 
주인은 기가 막혔다.
 
"이 어리석은 놈아. 문단속을 잘 하라고 한 것은 집안의 재물을 보호하기 위해서거늘, 이제 값진 재물을 다 잃었으니
문이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너도 이제 이 집에서 쓸모가 없는 놈이다." 라고 말하였다.
 
사람에게 지혜가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지혜가 있는 사람, 눈이 밝은 사람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분간한다.
 
그러나 아무리 눈이 밝다고 하더라도 가야 할 곳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이 또한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이다. 그래서 원효스님은 "아무리 지혜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행함이 없으면 보배가 있는 곳을 알면서도 가지 않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라고 하신 것이다.
 
또한 말이 튼튼하여 어디든 갈 수 있다 하여도 눈이 어두어면 가야 할 곳을 찾지 못하며, 동쪽으로 간다는 것이 서쪽으로 갈 수도 있고, 평탄한 길을 찾아 간다는 것이 구렁텅이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지혜와 실천은 눈과 발의 관계와 같고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다.
 
우리 불자들에게 지혜가 있다 하여 실천헤 소홀해서는 안 되며, 지혜가 없이 열심히 닦기만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바로 붓다(Budda, 부처)와 뭇다(Mudda, 중생)의 차이다.
 
인도에서는 붓다라는 말과 뭇다라는 말을 일상용어로 쓰고 있다.
붓다는 꿈을 깬 완전한 자유인을 뜻하고 뭇다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을 뜻한다.
 
그래서 일상용어로 사용할 때는 지혜로운 사람, 한 가지 기술에 능통한 사람을 붓다라 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나 기술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을 뭇다라고 부른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인도에 가면 차를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 이 차 장수들이 차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긴 유리잔에 끓인 홍차를 부은 다음, 엿 덩어리처럼 생긴 원당(原糖)을 다른 잔에 넣고 뜨거운 홍차 물을 쏟아 붓는다. 그런 다음 두 개의 잔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아래위로 번갈아 가면서 이 잔, 저 잔으로 쏟아 부으면 설탕 덩어리의 홍차가 잘 섞이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 때 뜨거운 홍차가 든 쪽의 손은 높이 들고 빈 잔을 든 쪽은 낮게 하여 붓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뜨거운 차가 옆으로 흘러 손을 데이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게다가 번갈아 쏟아 붓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몇 초 사이에  한 잔씩 만들어 낸다.
 
차장수 곁엔 항상 어린 조수가 있다. 그들은 차 만드는 방법에 익숙치 못해 손에 뜨거운 물이 튀는 바람에 잔을 깨뜨리는 일이 많은데, 이 때 차 장수는 조수에게 "뭇다, 헤이"하며 놀리고, 잘하면 "붓다, 헤이" 하며 칭찬해 준다.
 
이처럼 도를 구하는 이들은 뭇다가 되어서는 안된다.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꿈속에서 헤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의 육신 안에 있는 마음의 보물을 잃어버리고 껍데기만 지킨다면 무엇이 소용 있을까?
우리 불자는 각자가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보물을 잃지 않고 지키기 위한 지혜를 길러 나가야 하는 것이다.
Total 73건 3 페이지
스님말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3
봉원사
3179 2013-06-27
42
봉원사
2731 2013-05-31
41
봉원사
2509 2013-05-31
40
봉원사
2932 2013-05-31
39
봉원사
2542 2013-04-30
38
봉원사
2540 2013-04-30
37
봉원사
2788 2013-04-25
36
봉원사
2667 2013-04-09
열람
봉원사
3085 2013-03-07
34
봉원사
2755 2013-01-30
33
봉원사
2594 2012-12-28
32
봉원사
2314 2012-12-28
31
봉원사
2331 2012-12-28
30
봉원사
3025 2012-12-03
29
봉원사
2726 2012-10-25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n

봉원사 / 주소 : 03721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길 120 (봉원동, 봉원사)
대표전화 02)392-3007~8 / 팩스 02)393-9450
E-MAIL : jinsun5725@nate.com(종무소)
COPYRIGHT (C) bongwonsa.or.kr, ALL RIGHTS RESERVED.
봉원사 / 주소 : 03721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길 120 (봉원동, 봉원사)
대표전화 02)392-3007~8 / 팩스 02)393-9450 / E-MAIL : jinsun5725@nate.com(종무소)
COPYRIGHT (C) bongwonsa.or.kr, ALL RIGHTS RESERVED.
브라우저 : Edge / Firefox / Chrome / Safari PC 최적해상도는 1920×1080화소 이며 최소 화면해상도는 1440×900화소 이상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