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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싶은 마음만큼 베풀고 싶은 마음이... - 원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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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원사 댓글 0건 조회 3,143회 작성일 11-10-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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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인품 넉넉한 한 스님이 손수 절을 짓기 시작했다. 터를 다져 주춧돌도 놓고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다가 기둥도 세우고 마룻대와 서까래도 올렸다, 또 골기와를 올려 고랑과 이랑, 용마루도 만들었다.
  그리고 스님은 정과 망치를 손에 들었다. 친히 돌부처를 깎기로 한 것이었다. 골짜기에 정과 망치소리가 끓일 새 없더니 일 년 여 만에 네 돌부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돌부처들은 여느 돌부처와 얼굴 생김새가 판이 했다. 하나는 눈만 있고, 하나는 귀만 있고, 하나는 입만 있고, 나머지 하나는 코만 있는 돌부처였다.
  스님은 칸막이로 법당을 넷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법당에 그 돌부처를 하나씩 모셔놓았다.
  스님은 항상 법당 앞에서 그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안내하였다.
  "부처님께 드릴 말씀이 있으시면 귀 부처님이 계신 법당에 들어가시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시려면 입 부처님이 계신 법당에 들어가시오. 또 부처님의 눈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읽으시려면 눈 부처님이 계신 곳에 향기 공양하거나 불향(佛香)을 맡으시려면 코 부처님이 계신 법당에 들어가시오."
  그러자 그들은 거의 대다수가 귀 부처님을 모셔놓은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너나없이, 그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이런저런 소원을 말하며 그 소원을 풀어 달라고 하소연  하였다.
  늘 그 법당은 문턱을 닳아 떨어질 정도였으나 눈 부처와 코 부처 입 부처를 모셔놓은 법당은 가을 걷이를 끝낸 빈 들판처럼 한산하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나울시 우화집>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가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하지만 누구나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는 바라는 마음이 베푸는 마음보다 항상 크다.
  위의 우화처럼 사람들은 대부분 누구에게나 바라는 것을 말하고 이루고 싶은 것을 향해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예컨대 자식의 성공을 비는 붐의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만을 생각하며 자식을 교육시킨다면 아이의 정서는 사막처럼 메말라 갈 것이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릴때 부터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는 것이 언제부터 인가 대다수 어머니들의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그것 이외에 모든 것은 돌아다 볼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들의 세상에는 그보다 훌륭한 가치들이 너무 많다. 그 모든 것이 '성공'이라는 가치아래 쓸쓸이 퇴색되고 있다. 모든 가치가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음에도 말이다.
  '기복신앙(祈福信仰)' 이라는 말은 이런 바람에 의해 오랜 시간 커져갈 것이다.
  물론 기복적인 요소가 없다면 종교가 명맥을 유지하기란 매우 힘들 것이고,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커져갈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무엇인가를 늘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모든 욕심을 버리라'고 말씀 하신다. 물질문명 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당치도 않는 말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한 것은 모든 것을 버리라는 말이 아님을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도의 물질까지 버리라는 말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하다못해 수행인이라 할지라도 살아가는 데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질을 갖추어야 한다.
  불교에서의 욕심은 무조건 내지 말아야 할 나쁜 것이 아니다. '지나친 욕심' 때문에 남을 부당하게 해치는 일이 생기고 내 스스로가 나의 덫에 걸려 불행해지고, 자기중심적인 생각들이 충돌해 개인적인 시기와 질투, 그리고 싸음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들과 삶들이 얽혀있다. 그 무궁무진한 가치가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아래 무시당하고 버려지고 가치 없는 것들로 치부되는 것 또한 현대 사회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많은 현대인들이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를 이룰 때 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물론 과정이 좋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욱 많다.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어떤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사람은 자기 삶의 모든 것을 걸고 성공을 이루어 냈을 것이다. 과정 중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성공' 이라는 그림자에 모두 가려진다. 세인들은 그를 가르치며 미화시키기 시작한다.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더라도 성공의 향해 모든 것을 희생시킨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하기 시작하며, 성공한 본인도 스스로를 대견해 마지 않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만의 노력으로 무엇인가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깃은 큰 착각이다. 혼자서 이루는 성공은 결코 없다. 하나의 성공을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고 타인의 희생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런 타인의 역할과 희생은 대부분 소멸된다. 왜냐하면 앞의 우화에서처럼 간절하게 바라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성공 뒤에는 불행이 따라올 수도 있다. (속세에서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이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귀 부처님의 법당에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까닭이다. 우리의 소망도 중요하지만, 다른 가치들 즉 눈 부처님, 코 부처님, 입 부처님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가치를 동등하게 생각해야만 진정한 성공을 이루고 불심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 최원허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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