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첫 걸음 - 봉원사 주지 선암스님 신년사 > 스님말씀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봉원사 사부대중과 불자님 가정에 불은이 충만하고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늘 함께하길 기원하며 바라는 모든 소원이 원만하게 성취되기를 기원합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갑니다.

지난 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고, 다양한 삶 속에 더욱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그렇듯 우리는 많은 시련을 견디며 극복하지만, 매번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항상 나와 내 가족의 무사함을 기원하지만 또 다른 타인도 같은 생각을 하기 떄문에 그 사이에서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나와 타인의 이익과 안위가 충돌하며 갈등이 생겨나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러한 개인의 이익들이 생산되고 그 생산들이 맞부딪히며 집단의 이익과 분열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개인의 욕망들이 부딪혀 갈등이 생긴다며, 서로 간에 작은 이익을 양보하며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단체와 단체가 맞부딪히면 이야기는 크게 확대되고 갈등의 골도 깊어집니다.

출가수행자나 재가수행자나 수행의 근본에 하심(下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심이란 마음을 낮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 하심입니다.

금강경에도 가장 버려야 할 것으로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들고 있는데, 그 첫째가 아상을 버리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아상이란 자신을 의미하는 말로 남과 대립하고 자기 자신만이 옳다거나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의미합니다. 좋게 말하면 자아가 강하다고 하겠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어리석음이 큰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상을 버리고 나면 상대가 보이고 타인을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화합과 평화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아상을 버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 만은 아닙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미운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없어지면 또 다시 미운 사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내면세계에 '미움'의 요소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외면하다 보면 내 삶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미워하는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 정도입니다. 내 마음 속에 미음이 없다면 세상을 대면해서도 미움이 없는 법입니다

미움이 없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것이 하심 입니다. 아상을 멈추고 타인을 인정하며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첫 걸음 인 것입니다.

하심이란 나를 남 아래 둘 수 있는 마음입니다.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밑에 있겠다는 마음입니다. 바로 가장 밑에 있으면서 일체 중생을 부처님처럼 받들며 살겠다는 자세입니다.

이렇게 하심을 하는 이의마음을 어찌 자비롭지 않을 수 있으며, 어찌 맑게 빛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상이 무너지고 하심이 잘되면 모든 존재가 차츰 부처님으로 보일 수 있게됩니다. 하심만 잘되면 저절로 자비로워지고, 만복이 스스로 찾아 올 것입니다.모두가 그런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의 다툼이나 질투, 그리고 미움이 어찌 생길 수 있겠습니까?

자비는 복잡한 것이 아니며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흐뭇하고 고맙고 보탬이 되는 마음을 쓰는 일입니다.

희망찬 새해 아침 다른 어떤 각오보다도, 자신을 낮추고 아상을 없애며 부처님의 자비를 베푸는 한 해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다지는 것으로 시작한다면 올 한해도 행복한 일 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