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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는 마음으로 아상(我相)을 없애고 업장소멸을 이루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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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원사 댓글 0건 조회 6,436회 작성일 15-02-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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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지 선암스님 =
 
아상(我相)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을 의미하는 말로 남과 대립하고 자기 자신 만이 옳다거나 남의 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의미한다.

아상을 좋게 말하면 자아가 강하다고 하겠지만 나쁜 표현으로 보면 자기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어리석음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이유로 불교에서는‘아상을 버려라!’, ‘나를 내려놓아라!’ 는 말을 한다. 나를 내려놓아야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야 깨달음을 얻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또한 ‘아상(我相)’이란‘나’에게 집착하는 마음이다. ‘나’를 버리면 가볍고 편안해지고 넓어진다. 아상에 집착하면 탐욕이 생기고 시기와 질투심으로 남과 부딪치게 된다. 불교에서는 수행하고 정진하는 모든 과정이 아상 곧 마음을 닦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아상을 닦고 나를 버리려면‘하심(下心)’해야 한다. 하심이란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것이며 나를 낮추고 남을 존중하고 부처님처럼 떠받드는 것이다.

나를 버린다고 나의 존재감마저 버린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우주의 근본이다. 불교에서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한다. 이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 대상은 신도 아니고 남도 아니다. 나 자신이다. 나를 꿋꿋이 지키고 중심을 잡되 내 욕심과 남의 욕심이 부딪치면 내 욕심을 버릴 줄 아는 총명함을 지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상이란 없애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아상을 버리려 해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없애려고 할수록 더욱더 기승을 부리게 된다. 오히려 아상을 없애려고 할수록 더욱 아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아상을 버리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보다 타인을 존중하고 모두를 섬기고 모시는 자세를 갖게 된다면 아상은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다. 내 마음에 부처님을 모시듯 섬김과 존중이 가득하다면 아상은 자리할 곳이 없다. 그렇게도 이루어지지 않던 아상 없
는 세계가 섬기는 마음 앞에서 거짓말처럼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다.

섬기고 모실 때 아상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 모두가 ‘더불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있는 곳에 나란 이미 없는 것이다. 오직 우리 모두가 존재할 뿐이다. 그러므로 나를 위한 생각, 나에게 붙잡히는 그런 삶은 저절로 소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인을 섬긴다는 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전쟁터 같은 세상, 미움과 질투가 가득한 세상, 내가 고개를 숙이면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세상 속에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머니를 생각하자. 어머니의 마음을 배워보는 것이다. 어머니란 무한의 희생으로 자식을 위해 노력한다. 오로지 자식을 섬기고 모시는 그 모성은 자신의 내보일 틈 없는 끝없는 사랑이다. 자식 앞의 어머니에게는‘나’라는 것이 일체 없다. 바로 아상을 생각할 공간이 없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자식 사랑, 온몸을 바쳐 돌보는 자세, 나의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들이 아상을 묻어버리고 하심을 발현케 하는 것이다.

공경하고 찬탄하고 섬기고 모시는 보현행의 위대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아상을 없애라! 하심하라!’라고 가르치고 다짐하기 이전에 공경, 찬탄하고 섬기고 모실 때 이미 하심은 저절로 이루어지며 아상 역시 저절로 소멸된다. 그러므로 아상을 없애려 하지
말고, 아상이란 단어조차 생각하지도 말고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타인을 섬기고 모시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아상이 아닌‘공’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상에 갇힌 분별로써 세상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상이 타파된 무분별로써 돌아가야 한다. 좋고 나쁜 것, 옳고 그른 것, 원하고 원치 않는 것, 보고 싶고 보기 싫은 것을 나누어 놓고, 습관적으로 좋은 것, 옳은 것, 원하는 것, 보고 싶은 것만을 보던 습관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좋고 나쁜 것을 나누지 말고 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좋고 나쁜 것을 다 받아들이는 것은 아상이 아니다. 그것은 참된 근원의 작용이다. 바로 이 지점이 삶의 근원적인 전환과 변혁과 각성이 일어나는 분기점이다. 이 단순한 차이는, 사실 진리의 전부다. 이 단순한 섭수, 수용, 받아들임, 무분별, 무간택, 무차별을
실천하겠다고 용기를 내어 피하지 않은 채 두 눈 똑똑히 뜨고 그 양 변의 경계를 다 분별없이 받아들일 때 그 때 가능성의 장으로부터 무량수 무량광의 상상할 수 없는 우주적인 힘과 지혜와 자비가 깨어난다.

본래 주어져 있던 그러나 잠시 잊고 있던 그 모든 힘의 근원이 비로소 깨어난다. 삶에 대 전환이 시작된다. 완벽한 삶의 반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업장소멸이란 바로 이 순간에 찾아온다. 이 순간의 업장소멸은 그야말로 수미산이 무너지듯, 한꺼번에 무한히 큰 규모로 일어난다. 매번 좋아하고, 원하고, 바라는 것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역경,불행, 좌절, 싫어하는 것들을 통해 얻고 배울 수 있는 엄청난 공부의 가능성, 업장소멸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버리기만 해 왔던 것이다.

아상이 없는 자리에‘무한의 아(我)’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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